상속 설계·분쟁 예방
상속 설계, 세금보다 분쟁부터 — 치매·재혼·형제 갈등이 오기 전에 정해둘 것
상속 설계는 세금 계산이 아니라 '누가 무엇을 받을지'를 생전에 법적으로 고정하는 일입니다. 치매·재혼·부양 자녀·형제 몰아주기 등 6가지 상황별로 유언·후견·신탁·증여의 순서를 정리합니다.

상속 설계에서 세금은 두 번째 문제입니다
상속 상담의 대부분은 '세금을 어떻게 줄이나'로 시작하지만, 실제로 가족을 법정으로 보내는 것은 세금이 아니라 분배입니다. 부모가 아무 말 없이 떠나면 법정상속분대로 나누면 될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누가 부모를 모셨는지', '누가 먼저 받아 갔는지', '재혼한 배우자는 얼마인지'를 두고 형제가 갈라집니다.
상속 설계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부모가 살아 있을 때, 법적으로 효력 있는 형태로 남겨 두는 일입니다. 도구는 네 가지뿐입니다 — 유언, 후견, 신탁, 생전 증여. 어느 것을 먼저 쓸지는 재산 규모가 아니라 '우리 가족에 어떤 갈등이 예상되는가'로 정해집니다.
2026년 3월 17일 시행된 개정 민법은 이 설계의 규칙을 크게 바꿨습니다. 부모를 특별히 부양한 자녀에게 준 재산은 유류분 계산에서 빠질 수 있게 됐고, 유류분 반환은 원칙적으로 현금으로 하게 됐으며, 패륜 상속인의 상속권과 유류분을 없앨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이 글은 그 개정을 반영해 상황별 설계 순서를 정리한 허브이고, 각 상황의 상세는 연결된 가이드에서 다룹니다.
네 가지 도구 — 무엇을 해결하고, 무엇은 못 하는가
| 도구 | 해결하는 것 | 못 하는 것 | 언제 만드나 |
|---|---|---|---|
| 유언(공정증서·자필) | 사망 시 누가 무엇을 받을지 지정, 유언집행자 지정 | 유류분은 못 막음. 생전 재산 관리 불가. 의사능력 없으면 무효 | 건강할 때. 치매 의심 전 |
| 임의후견·성년후견 | 판단력이 떨어진 뒤 재산 관리·처분의 주체를 정함 | 상속 분배 자체를 정하지는 않음 | 임의후견은 건강할 때 계약, 성년후견은 판단력 저하 후 법원 신청 |
| 유언대용신탁 | 생전 관리 + 사후 귀속을 한 계약으로. 치매 이후에도 수탁자가 관리 | 유류분 방어는 법원 판단 엇갈림. 은행 수수료·신탁등기 비용, 사망 후 수익자 귀속 시 취득세 | 건강할 때. 부동산·금융자산이 클 때 |
| 생전 증여(+계약) | 지금 확정적으로 넘김. 부양 조건·보상 취지를 계약서로 남길 수 있음 | 넘긴 뒤 되돌리기 어려움. 10년 내 사망 시 상속세 합산, 유류분 산정 포함(보상 증여는 기여 범위에서 예외) | 특정 자녀에게 이유 있는 몫을 주려 할 때 |
상황 0. 가족이 암·중병 진단을 받았다
진단 직후에는 치료가 우선입니다. 다만 본인이 판단할 수 있을 때 정해둘 수 있는 일과 의식이 흐려진 뒤에는 할 수 없는 일이 갈리므로, 건강 상태와 의사능력이 유지되는 동안 재산 관리와 의사결정의 순서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이 상황은 별도 시리즈(4편)에서 진단 직후부터 판단력 저하와 사망 이후까지 이어지는 시간축으로 다룹니다. 암 진단 이후 재산 정리 시리즈에서 단계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황 1. 부모의 판단력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가장 급한 경우입니다. 치매 진단이 내려지면 유언·증여·신탁 계약의 효력이 모두 '그때 의사능력이 있었는가'로 다투어지고, 부동산을 팔거나 예금을 옮기는 것조차 막힙니다. 아직 판단력이 있을 때는 임의후견 계약과 유언을, 이미 저하됐다면 성년후견 신청을 먼저 해야 합니다. 순서와 준비물은 치매 부모 재산 관리 가이드에서 다룹니다.
상황 2. 특정 자녀에게 더 주고 싶다 (부양·간병·사업 기여)
부모를 모신 자녀에게 더 주려는 부모가 흔히 하는 실수가 '그냥 증여'입니다. 그러면 사망 후 다른 형제가 그 증여를 특별수익으로 잡아 유류분을 청구합니다. 2026년 개정으로 특별한 부양·기여에 대한 보상 취지의 증여는 기여에 상응하는 범위에서 유류분 산정에서 제외될 수 있게 됐지만, '보상 취지'였다는 점이 문서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기여분·보상 증여·효도계약의 차이는 부양 자녀에게 더 주는 법에서 설명합니다.
상황 3. 한 자녀에게 집을 몰아주려 한다
아들에게만 아파트를 증여하고 딸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 부모 사망 후 딸은 증여 시점과 무관하게(공동상속인에 대한 증여는 기간 제한 없이 산입)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2026년부터는 반환이 현금 원칙이라 아들은 집을 팔거나 대출을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몰아주기를 하려면 유류분 상당액을 다른 자녀에게 함께 주거나, 보험·사인증여·신탁으로 재원을 분리하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유언만으로는 막을 수 없습니다 — 이 점은 유언공증·자필유언·유언대용신탁 비교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상황 4. 재혼 가정이다
재혼 배우자는 법정상속인이지만 전혼 자녀와는 서로 상속권이 없습니다(입양하지 않는 한). 그래서 '내 재산이 새 배우자를 거쳐 그쪽 자녀에게 넘어가는' 2차 상속 문제가 생깁니다. 재혼 전이라면 부부재산계약으로 혼인 중 재산 관계를 정하고, 유언으로 사후 귀속을 정하는 조합이 기본입니다. 다만 상속권 포기 약정은 효력이 없으므로 유류분을 전제로 설계해야 합니다.
상황 5. 자녀가 없거나, 형제·며느리·손자가 얽혀 있다
자녀(직계비속)가 없으면 배우자는 피상속인의 부모 등 직계존속과 공동상속인이 되고(배우자 1.5 : 직계존속 각 1), 직계존속(부모, 부모가 없으면 조부모)이 모두 없으면 배우자가 단독으로 상속합니다(민법 제1003조 제1항). 배우자가 있는 한 형제자매는 상속인이 되지 않습니다. 배우자에게 전부 남기고 싶을 때 걸리는 것은 부모의 몫입니다 — 부모에게는 법정상속분의 1/3에 해당하는 유류분이 있어 유언으로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배우자·자녀·부모가 모두 없어 형제자매가 상속인이 되는 경우에는 형제자매의 유류분이 이미 사라졌으므로(2024년 4월 25일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으로 효력 상실, 같은 해 9월 조문 삭제), 유언 한 장으로 원하는 사람에게 전부 남길 수 있습니다 — 유언의 효과가 가장 큰 경우입니다. 자녀가 먼저 사망한 경우 며느리·사위와 손자녀가 대습상속을 받는다는 점도 설계에 넣어야 합니다.
상황 6. 이미 상속이 개시됐다
설계 단계를 지나 상속이 개시됐다면 상속개시를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포기·한정승인 여부를 정하고, 상속개시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안에 상속세를 신고하며, 그 사이에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만들어야 합니다. 날짜순 절차는 가족 사망 후 해야 할 일에, 빚이 많을 때의 선택은 상속포기 vs 한정승인에 정리돼 있습니다.
설계 순서 — 어떤 가족이든 공통으로
- 재산 목록과 가족 관계도를 한 장에 적습니다. 부동산·예금·보험·주식·채무, 그리고 상속인이 될 사람(배우자·자녀·대습상속인)을 빠짐없이.
- 법정상속분과 유류분(직계비속·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1/2)을 계산해 '아무것도 안 했을 때'의 결과를 확인합니다.
- 원하는 분배와 2번의 차이를 봅니다. 차이가 유류분 안이면 유언으로 충분하고, 넘으면 보상 증여·보험·신탁으로 재원을 분리해야 합니다.
- 부모의 건강 상태에 따라 임의후견 계약 또는 유언대용신탁을 붙입니다. 판단력이 흐려진 뒤에는 선택지가 성년후견 하나로 줄어듭니다.
- 세법 적용을 검토합니다 — 10년 내 증여 합산, 배우자·동거주택 공제, 취득세. 세액 계산과 신고는 세무사 영역이고, 여기서는 법적 구조가 세법상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확인합니다.
- 문서를 만들고(공정증서 유언·계약서·신탁계약) 보관 장소와 유언집행자를 가족에게 알립니다. 아무도 모르는 유언장은 없는 것과 같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유언장만 써 두면 상속 분쟁을 막을 수 있나요?
아닙니다. 유언은 '누가 받을지'를 정하지만 유류분(직계비속·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절반)은 유언으로 빼앗을 수 없습니다. 유언이 유류분을 침해하면 받지 못한 상속인이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2026년부터는 원칙적으로 현금으로 돌려줘야 합니다. 유류분을 넘는 몰아주기는 보상 증여·보험·신탁을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상속 설계는 언제 시작해야 하나요?
부모의 판단력이 온전할 때입니다. 치매 진단 뒤에 만든 유언·증여·신탁은 의사능력을 두고 다투어지고, 성년후견이 개시되면 거주 부동산 처분은 가정법원 허가 사항이 되고, 그 밖의 재산 처분도 후견인의 권한 범위와 법원 감독 아래 놓이게 됩니다. 재산 규모보다 건강 상태가 시점을 정합니다.
2026년 민법 개정으로 무엇이 달라졌나요?
형제자매의 유류분은 2024년 4월 25일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으로 먼저 사라졌고(같은 해 9월 조문 삭제), 2026년 3월 17일 시행된 개정으로 ①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대가로 받은 증여·유증은 기여에 상응하는 범위에서 특별수익·유류분 산정에서 제외되고(제1008조 단서), ② 유류분 반환은 원물이 아닌 가액(금전) 반환이 원칙이 되며(제1115조), ③ 상속권 상실 선고 대상이 직계존속에서 모든 상속인으로 넓어졌습니다(제1004조의2). 부칙상 ①·③은 2024년 4월 25일 이후 개시된 상속에도 적용되고, ②는 2026년 3월 17일 이후 개시된 상속부터 적용됩니다.
상속세 줄이는 상담도 해 주나요?
세액 계산과 신고 대행은 세무사의 업무입니다. 본 사무소는 유언·증여·신탁 같은 법적 구조가 세법상 어떻게 평가되는지(증여 합산 기간, 공제 요건, 취득세 등)를 검토해 분쟁 예방과 세법 적용이 충돌하지 않는 설계를 잡아 드리고, 세액 확정은 세무사와 협업합니다.
재산이 많지 않아도 설계가 필요한가요?
분쟁은 금액보다 '불공평하다는 느낌'에서 생깁니다. 집 한 채를 두고 부양한 자녀와 그렇지 않은 자녀가 갈라지는 사건이 가장 흔합니다. 재산이 적을수록 한 채를 나눌 수 없어 오히려 유언과 보상 증여 계약이 더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