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설계·분쟁 예방

치매 진단 전후 부모 재산 관리 — 성년후견·임의후견·신탁·증여, 무엇을 먼저 할까

부모님 판단력이 흐려지기 시작했을 때 예금 인출·부동산 매도·유언이 막히는 이유와, 아직 괜찮을 때 할 것(임의후견·유언·신탁)과 이미 저하됐을 때 할 것(성년후견 신청)을 단계별로 정리합니다.

게시 수정 작성 변호사 조상현
책상 위에 놓인 노인의 돋보기안경, 통장, 집 열쇠, 그리고 서명을 기다리는 후견계약서 — 치매 전 재산 정리를 상징

치매 진단이 내려지면 무엇이 막히나

부모님이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진단을 받는 순간, 법적으로는 '의사능력'이 의심받는 상태가 됩니다. 은행은 본인 확인이 어렵다며 고액 인출이나 해지를 거부하고, 부동산을 팔려 해도 매수인 측과 등기를 맡는 법무사가 본인의 의사능력 확인을 요구합니다. 이때 급하게 쓴 유언장이나 자녀 앞으로 한 증여는 나중에 다른 형제가 '그때 어머니는 판단을 못 하셨다'며 무효를 주장하는 단골 소재가 됩니다.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요양비·병원비를 부모 재산으로 쓰는 것조차 자녀가 대신할 수 없고, 한 자녀가 부모 통장을 관리하다 보면 '왜 네가 마음대로 썼느냐'는 분쟁이 사망 후 터집니다. 치매 단계의 재산 관리는 '누가, 무슨 권한으로' 관리하는지를 법적으로 정해 두는 문제입니다.

선택지는 판단력이 아직 남아 있는지에 따라 둘로 갈립니다. 남아 있으면 부모가 직접 정할 수 있는 임의후견·유언·신탁이 가능하고, 이미 저하됐으면 가정법원이 정하는 성년후견(또는 한정·특정후견)만 남습니다.

네 가지 수단 비교

수단가능한 시점누가 정하나효력 시작강점한계
임의후견 계약판단력 있을 때부모 본인이 후견인·권한 범위 지정판단력 저하 후 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 선임한 때부모가 원하는 사람을 후견인으로. 공정증서+후견등기로 객관성 확보감독인 선임 전까지는 효력 없음. 공증 비용
성년후견 신청판단력 저하 후가정법원이 후견인 선임(자녀가 청구)심판 확정 시판단력 없는 상태에서도 가능한 유일한 수단수개월 소요. 후견인이 된 자녀도 거주 부동산 처분 등은 법원 허가 필요. 형제 간 후견인 다툼 발생
유언대용신탁판단력 있을 때부모가 수탁자(은행 등)와 계약계약 즉시(생전 관리) + 사망 시 귀속치매 이후에도 수탁자가 계약대로 관리·지급. 사망 시 유언 없이 귀속수수료·신탁등기 비용, 사망 후 수익자 귀속 시 취득세. 유류분 방어는 법원 판단 엇갈림
생전 증여판단력 있을 때부모와 수증자즉시확정적. 부양 조건을 계약서에 넣을 수 있음되돌리기 어려움. 10년 내 사망 시 상속세 합산. 다른 형제의 유류분 대상(보상 증여는 기여 범위에서 예외)

아직 판단력이 있을 때 — 순서대로 할 일

  1. 의사 진단서와 함께 '현재 의사능력이 있다'는 기록을 남깁니다. 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기록, 필요하면 간이정신상태검사(MMSE) 결과. 이후 모든 문서의 효력을 지키는 토대입니다.
  2. 임의후견 계약을 공정증서로 작성합니다(민법 제959조의14). 후견인이 될 사람(자녀 한 명 또는 전문가), 재산 관리·요양·의료 결정 권한의 범위, 보수 여부를 정하고 공증인 사무소에서 공정증서로 작성한 뒤 임의후견인이 후견등기를 신청합니다(후견등기에 관한 법률 제20조).
  3. 유언을 공정증서로 남깁니다. 자필 유언장은 요건 누락과 '그때 정신이 온전했나' 시비에 취약하므로, 치매 위험이 있는 부모라면 증인 2명이 참여하는 공정증서 유언이 안전합니다.
  4. 부동산·금융자산이 크고 형제 간 관리 분쟁이 예상되면 유언대용신탁을 검토합니다. 수탁자가 관리하므로 '누가 통장을 쥐느냐' 문제가 사라집니다.
  5. 특정 자녀에게 부양 대가로 재산을 주려면 지금 증여하되, 부양·간병의 보상 취지를 계약서에 명시합니다(2026. 3. 17. 개정 민법 제1008조 단서 — 기여에 상응하는 범위에서 유류분 산정 제외).
  6. 모든 문서의 보관 장소와 내용을 가족에게 알립니다. 숨겨진 유언장과 계약서는 사망 후 '위조' 의심을 받습니다.

이미 판단력이 저하됐을 때 — 성년후견 신청

  1. 청구권자: 본인·배우자·4촌 이내 친족·(이미 선임된) 후견인·후견감독인·검사·지자체장(민법 제9조). 보통 자녀가 부모 주소지 가정법원에 청구합니다.
  2. 준비물: 진단서(치매 진단·정도), 가족관계증명서·기본증명서, 재산 목록(등기부·잔고증명), 후견인 후보자 동의서, 다른 가족의 의견서.
  3. 법원은 정신감정(병원 감정, 수주~수개월)과 본인 심문을 거쳐 후견 유형(성년·한정·특정)과 후견인을 정합니다. 형제 간 의견이 갈리면 법원이 변호사·법무사 등 전문가 후견인을 선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4. 후견인이 되어도 부모가 거주하는 부동산의 매도·임대·담보 제공은 가정법원 허가가 필요하고(제947조의2), 후견인은 재산 목록 보고와 정기 보고 의무를 집니다.
  5. 특정 부동산 처분처럼 한정된 사무만 필요하면 '특정후견'으로 기간과 사무 범위를 정해 비교적 빠르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는 할 수 없고(민법 제14조의2 제2항), 수술 동의 같은 신상 결정은 특정후견의 법정 사무에 포함되지 않아 성년후견을 검토해야 합니다.

자녀 한 명이 통장을 관리하고 있다면

가장 흔한 현실은 근처 사는 자녀가 부모 카드와 통장을 맡아 병원비·생활비를 내는 경우입니다. 법적 권한 없이 하는 이 관리가 사망 후 '사용처를 밝혀라', '증여받은 것 아니냐'는 분쟁이 됩니다. 지금이라도 ① 부모 명의 계좌에서 지출하고 ② 영수증·이체 메모로 용도를 남기며 ③ 가능하면 다른 형제에게 월별 내역을 공유해 두십시오. 판단력이 남아 있다면 임의후견 계약으로 그 자녀의 권한을 공식화하는 것이 가장 깔끔한 해결입니다.

부모 재산을 자녀 계좌로 옮겨 두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부모 사망 시 그 금액은 증여 또는 상속재산으로 다투어지고, 생전에는 부모의 재산을 자녀가 임의로 처분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치매 이후 유언·증여는 전부 무효인가

아닙니다. 치매 진단이 있어도 행위 당시 그 내용을 이해하고 판단할 능력이 있었다면 유효합니다. 법원은 진단명보다 '그 시점의 실제 상태'를 봅니다 — 진료 기록, 공증인·증인의 진술, 행위 전후의 대화 기록 등. 그래서 치매 초기에 유언이나 계약을 하려면 공정증서로 하고, 당일 의사의 소견을 함께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성년후견이 개시된 뒤에는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는 원칙적으로 취소할 수 있으므로(유언은 의사능력을 회복한 때에 의사가 그 상태를 유언서에 부기해야 가능 — 민법 제1063조), 실질적으로는 설계의 문이 닫힙니다.

자주 묻는 질문

치매 진단을 받은 부모님 명의 아파트를 팔 수 있나요?

부모님이 매매 내용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상태라면 본인이 직접 계약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자녀가 대신 팔 수 없고, 가정법원에 성년후견(또는 처분 범위를 정한 특정후견)을 신청해 후견인이 대신 매도해야 합니다. 특히 부모님이 거주 중인 집은 후견인이 되어도 가정법원 허가를 받아야 팔 수 있습니다(민법 제947조의2 제5항).

임의후견과 성년후견은 무엇이 다른가요?

임의후견은 부모가 판단력이 있을 때 '나중에 누가 내 재산과 신상을 관리할지'를 직접 정해 공정증서로 계약하는 것이고, 성년후견은 판단력이 저하된 뒤 가정법원이 후견인을 정하는 것입니다. 임의후견은 부모의 의사가 반영되고 형제 간 후견인 다툼을 피할 수 있지만, 판단력이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부모님이 치매이신데 유언장을 쓰실 수 있나요?

유언 당시 의사능력이 있었다면 가능합니다. 치매 초기라면 공정증서 유언으로 하고 당일 의사 소견서를 함께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성년후견이 개시된 뒤에는 의사능력을 회복한 때에 한해, 의사가 그 회복 상태를 유언서에 부기하고 서명·날인해야 유언할 수 있어(민법 제1063조)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유언대용신탁을 하면 성년후견이 필요 없나요?

신탁에 맡긴 재산은 수탁자가 계약대로 관리하므로 그 범위에서는 후견 없이도 관리가 이어집니다. 그러나 신탁하지 않은 재산, 의료·요양 같은 신상 결정은 신탁이 다루지 못하므로 임의후견 계약을 함께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제 중 한 명이 부모 통장을 관리하는데 내역을 안 알려줍니다.

부모님이 판단력이 있다면 부모님 의사로 정리할 문제이고, 없다면 성년후견 신청으로 법원이 정한 후견인이 관리하게 하면서 그간의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망 후라면 상속재산 범위 확정 과정에서 금융거래 내역 조회로 다투게 됩니다. 분쟁을 키우기 전에 후견 절차로 관리 주체를 공식화하는 편이 낫습니다.

참고 자료

우리 가족에 맞는 설계 순서가 궁금하다면

가족 구성, 재산 종류, 건강 상태에 따라 유언·후견·신탁·증여 중 먼저 할 것이 달라집니다. 사안을 듣고 분쟁 가능성과 세법 적용을 함께 검토해 순서를 정리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