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설계·분쟁 예방

병원에서도 유언장을 남길 수 있을까 — 자필·공정증서·구수증서 유언의 요건

입원 중이거나 거동이 어려운 상태에서 유효한 유언을 남기는 방법 — 자필증서·공정증서·구수증서 유언의 요건, 증인과 검인 기한, 유언능력 판단 기준과 최근 대법원 판결을 정리합니다.

게시 수정 작성 변호사 조상현
병상 옆 탁자 위 괘선만 있는 빈 종이, 만년필, 붉은 인주 도장, 나란히 놓인 두 개의 돋보기안경 — 증인 두 사람 앞의 유언을 상징

'지금 상태에서 유언이 되나요'라는 질문

입원 중인 가족이 유언 이야기를 꺼내면 자녀들은 대개 두 가지를 동시에 느낍니다. 지금 그 이야기를 해도 되는지 하는 망설임과, 나중에 이 유언이 효력이 있을지 하는 걱정입니다. 법적인 답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본인에게 의사능력이 있으면 병원에서도 유효한 유언을 남길 방법이 있습니다. 문제는 방식의 요건이 엄격하고, 병상에서 급하게 만든 유언이 요건 하나를 빠뜨려 무효가 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유언의 방식을 어긴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뜻과 일치하더라도 무효라고 일관되게 판단합니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57899 판결). 즉 '아버지가 분명히 그렇게 말씀하셨다'는 것과 '법적으로 유효한 유언이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 글은 병원이라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이 현실적인지, 무엇을 빠뜨리면 안 되는지를 정리합니다.

다섯 가지 방식 — 병원에서 현실적인 것은

방식요건 (민법)병원에서의 현실성흔한 무효 사유
자필증서 (제1066조)전문·연월일·주소·성명을 직접 쓰고 날인손으로 전문을 쓸 수 있으면 가장 단순워드 작성, 대필, 연월일·주소 누락, 날인 없음
공정증서 (제1068조)증인 2인 참여, 공증인 앞에서 구수, 공증인이 필기·낭독, 승인 후 각자 서명·기명날인공증인 출장이 가능하면 요건 충족 여부를 공증인이 확인해 분쟁 예방에 유리증인 결격, 유언자가 취지를 말하지 못하는 상태
비밀증서 (제1069조)봉인한 증서를 증인 2인 이상 앞에 제출, 표면 기재일부터 5일 내 확정일자절차가 번거로워 병원에서는 드묾5일 내 확정일자 누락
구수증서 (제1070조)질병 등 급박한 사유로 다른 방식이 불가능할 때, 증인 2인 이상, 1인에게 구수, 필기·낭독, 승인 후 서명·기명날인, 급박한 사유 종료일부터 7일 내 법원 검인급박한 상황의 예외. 다른 방식이 가능했으면 무효'예/아니오' 답변만 한 경우, 7일 내 검인 신청 누락, 급박성 부정
녹음 (제1067조)유언 취지·성명·연월일을 구술, 증인이 정확함과 자기 성명을 구술말할 수 있으면 가능. 증인 1인 이상 필요증인 구술 누락, 연월일 누락

자필증서 — 손으로 전문을 쓸 수 있다면 가장 단순합니다

자필증서 유언은 유언자가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쓰고 날인하면 성립합니다(민법 제1066조). 증인이 필요 없고 비용도 들지 않습니다. 병상에서 손이 떨려 글씨가 흐트러져도 본인이 직접 썼다면 문제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자녀가 워드로 정리해 출력한 문서에 서명만 하거나, 자녀가 받아쓰고 부모가 서명한 문서는 자필증서가 아니어서 무효입니다.

빠뜨리기 쉬운 것은 주소와 연월일입니다. 연월일은 '2026년 8월'처럼 날짜가 빠지면 안 되고, 주소는 봉투에 적어도 무방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지만 본문에 함께 적는 것이 안전합니다. 날인은 도장이 없으면 손도장(무인)으로도 됩니다(대법원 1998. 6. 12. 선고 97다38510 판결). 내용을 고칠 때는 고친 부분에도 다시 자서하고 날인해야 합니다(제1066조 제2항).

자필증서의 약점은 사후에 '정말 본인이 썼는가', '그때 판단할 수 있었는가'를 두고 다툼이 생기기 쉽다는 점입니다. 작성 장면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고, 가능하면 주치의의 소견서를 같은 시기에 받아두면 도움이 됩니다.

공정증서 — 공증인이 병원으로 올 수 있습니다

공정증서 유언은 증인 2인이 참여한 가운데 공증인 앞에서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를 말하고, 공증인이 이를 적어 낭독하고, 유언자와 증인이 정확함을 승인한 뒤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입니다(민법 제1068조). 공증인의 병원 출장이 가능하다면 거동이 어려운 환자에게 분쟁 예방에 유리한 선택입니다. 다만 공정증서도 의사능력·구수·증인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출장 가능 여부와 필요 서류는 공증사무소마다 다르므로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검인 절차도 필요 없습니다(제1091조 제2항).

유언자가 스스로 취지를 말해야 한다는 '구수' 요건은 완화된 해석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공증인이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미리 작성한 서면으로 질문해 진의를 확인하고 낭독했으며 유언자에게 의사식별능력이 있었다면 구수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았습니다(대법원 2008. 8. 11. 선고 2008다1712 판결). 즉 말이 어눌하더라도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상태라면 공정증서 방식이 가능합니다.

증인은 아무나 될 수 없습니다. 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피한정후견인, 그리고 유언으로 이익을 받을 사람과 그 배우자·직계혈족은 증인이 될 수 없습니다(민법 제1072조). 상속받을 자녀와 그 배우자가 증인으로 들어간 유언은 이 조항 때문에 무효가 됩니다. 병원에서는 급한 마음에 가족을 증인으로 세우기 쉬우므로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구수증서 — 급박할 때의 예외, 그러나 7일

구수증서 유언은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로 앞의 네 방식을 쓸 수 없을 때, 증인 2인 이상이 참여해 유언자가 그중 한 사람에게 유언의 취지를 말하고, 그 사람이 받아 적어 낭독한 뒤 유언자와 증인들이 정확함을 승인하고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입니다(민법 제1070조 제1항). 그리고 급박한 사유가 끝난 날부터 7일 이내에 법원에 검인을 신청해야 합니다(제2항). 이 검인은 다른 방식과 달리 효력 요건이므로, 7일을 넘기면 유언은 효력을 잃습니다.

'급박한 사유'는 좁게 봅니다. 대법원은 유언자가 미리 준비된 서면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음', '어'로 답한 것만으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수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57899 판결). 유언자가 스스로 내용을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2026년 4월 대법원은 이 요건의 판단 기준을 구체화했습니다. 다른 방식이 객관적으로 가능한 경우까지 구수증서 유언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방식에 의할 수 없는 경우'인지는 유언자의 건강 상태, 질병의 악화 정도, 거동이나 필기행위의 가능성, 호흡이나 발음기관에 나타난 장애의 정도, 유언자가 주도적으로 유언의 전체 내용과 성명·연월일을 구술할 수 있었는지, 제3자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가능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6. 4. 2. 선고 2024다309430 판결). 이 사건은 '말할 수 있었으니 녹음 유언이 가능했다'며 무효로 본 원심을 파기환송한 것으로, 유언의 유효 여부는 환송 후 다시 심리됩니다. 병상 유언이 곧바로 인정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환자의 실제 상태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기준이 제시된 것입니다.

실무적으로 구수증서는 '공증인을 부를 시간조차 없는' 상황의 마지막 수단입니다. 시간이 있다면 공정증서 방식의 요건(공증인 출장, 증인, 유언자의 구수 가능성)을 갖출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유언능력 — 유언 당시의 상태와 기록으로 판단합니다

어떤 방식이든 유언자에게 의사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의사능력을 '자기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으로 정의하고, 유언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쪽이 의사능력이 없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봅니다(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2다261237 판결). 같은 판결은 성년후견 개시 전에 임시후견인이 선임된 상태라도 의사능력이 있으면 유언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피성년후견인은 의사능력이 회복된 때에만 유언할 수 있고, 이때 의사가 심신 회복 상태를 유언서에 부기하고 서명날인해야 합니다(민법 제1063조). 후견 개시 전이라면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지만, 투병 중 진정제 투여나 의식 저하가 반복되는 상황이라면 유언 당시 판단할 수 있었다는 자료를 남기는 것이 분쟁을 줄입니다. 주치의 소견서, 유언 당일의 의무기록, 대화 영상이 그 자료입니다.

의식이 오락가락하는 환자라면 맑은 시점을 골라 공정증서 방식으로 진행하고, 공증인과 증인이 유언자와 충분히 대화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병원에서 유언을 준비할 때 체크리스트

  • 주치의에게 현재 의사능력에 관한 소견을 요청합니다. 유언 당일에 가까울수록 좋습니다.
  • 증인 결격을 확인합니다. 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피한정후견인, 유언으로 재산을 받는 사람과 그 배우자·직계혈족은 증인이 될 수 없습니다(민법 제1072조).
  • 공증인 출장을 예약합니다. 공증사무소에 병원 방문이 가능한지, 필요한 서류(신분증·인감·재산 자료·증인 신분증)를 미리 확인합니다.
  • 재산 목록을 첨부합니다. 부동산은 등기부, 예금은 계좌번호까지 특정해야 집행 단계에서 다툼이 줄어듭니다.
  • 유언집행자를 정합니다(민법 제1093조). 상속인 중 한 명이어도 되고, 제3자나 변호사여도 됩니다.
  • 유언을 해도 배우자와 자녀의 유류분은 남습니다. 유류분을 침해하는 유언은 무효가 아니지만 나중에 가액 반환 청구의 대상이 됩니다.

유언을 해도 유류분은 남습니다

유언으로 한 자녀에게 재산을 몰아주더라도 다른 자녀와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유류분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112조). 2026년 3월 17일 시행된 개정 민법은 유류분 반환을 원칙적으로 가액 지급 방식으로 바꾸었고(제1115조 제1항, 부칙에 따라 2026년 3월 17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부터 적용), 형제자매의 유류분은 삭제되었습니다. 기준은 유언을 쓴 날이 아니라 실제 상속이 개시된 날입니다. 유언과 유류분의 관계는 유언공증·자필 유언장·유언대용신탁 비교 글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병원에서 유언을 준비할 때는 유류분까지 고려한 배분인지 함께 살펴야 사후 분쟁이 줄어듭니다.

자주 묻는 질문

녹음으로 남기면 되나요?

됩니다. 다만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와 자기 성명, 연월일을 말하고, 참여한 증인이 유언이 정확하다는 것과 자기 성명을 함께 말해야 합니다(민법 제1067조). 유언자 혼자 녹음한 것은 증인 구술이 없어 무효입니다. 녹음 유언도 사망 후 법원의 검인 대상입니다(제1091조).

자녀가 대신 써주고 부모가 서명만 하면 안 되나요?

자필증서로는 무효입니다. 전문을 본인이 직접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쓰기 어렵다면 공정증서 방식으로 공증인 앞에서 취지를 말하는 방법을 쓰거나, 정말 급박하다면 구수증서 방식의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검인은 무엇이고, 안 하면 유언이 무효가 되나요?

검인은 유언자 사망 후 유언서의 상태를 법원이 확인하는 증거보전 절차로, 자필증서·비밀증서·녹음 유언은 보관자나 발견자가 지체 없이 청구해야 합니다(민법 제1091조). 검인을 하지 않았다고 유언이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대법원 1998. 6. 12. 선고 97다38510 판결). 다만 구수증서 유언은 급박한 사유가 끝난 날부터 7일 이내의 검인 신청이 효력 요건이라는 점이 다릅니다(제1070조 제2항).

증인은 누가 되면 안 되나요?

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과 피한정후견인, 유언으로 이익을 받을 사람과 그 배우자·직계혈족은 증인이 될 수 없습니다(민법 제1072조). 공정증서 유언에서는 이와 별도로 공증인법 제33조 제3항의 참여인 결격사유(촉탁 사항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 서명할 수 없는 사람, 공증인의 친족 등. 촉탁인이 참여를 청구한 경우의 예외가 있음)도 적용되므로 공증사무소에 참여인 적격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언으로 재산을 받는 자녀나 그 배우자를 증인으로 세우면 유언 전체가 무효가 될 수 있으므로 지인이나 공증사무소가 소개하는 증인을 쓰는 것이 안전합니다.

치매 진단이 있어도 유언할 수 있나요?

진단 자체가 유언능력을 없애지는 않습니다. 유언 당시 의사능력이 있었는지가 기준이고, 무효를 주장하는 쪽이 의사능력 없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성년후견이 개시된 상태라면 의사능력이 회복된 때에 의사가 그 상태를 유언서에 부기하고 서명날인해야 합니다(민법 제1063조). 후견 개시 전이라도 주치의 소견을 같은 시기에 받아두면 다툼이 줄어듭니다.

참고 자료

우리 가족에 맞는 설계 순서가 궁금하다면

가족 구성, 재산 종류, 건강 상태에 따라 유언·후견·신탁·증여 중 먼저 할 것이 달라집니다. 사안을 듣고 분쟁 가능성과 세법 적용을 함께 검토해 순서를 정리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