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합의서의 비밀유지·부제소 조항은 공익신고를 막을 수 있나

퇴직 합의서에는 ‘회사 관련 정보를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 같은 문구가 자주 들어갑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공익신고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계약 조항을 무효로 하므로, 이런 문구에 서명했어도 공익신고 대상 법률 위반은 신고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법 문언에 맞습니다. 조항별로 나눠 봅니다.

법령 기준일 2026.10.06수정 2026.10.07글 변호사 조상현

먼저 답부터

  •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단체협약·고용계약·공급계약 등에 공익신고등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을 두면 그 규정을 무효로 합니다.
  • 신고 내용에 직무상 비밀이 들어 있어도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보지만, 신고기관이 아닌 언론·커뮤니티 공개까지 같은 보호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 임금·퇴직금처럼 실제로 있는 사적 청구권을 정리하는 합의는 가능합니다. 그러나 신고를 하지 않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면 공익신고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고 형사 문제도 생깁니다.
  • 누구든지 공익신고를 방해하거나 취소를 강요해서는 안 되고,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목차
  1. 공익신고를 금지·제한하는 계약 규정은 무효입니다
  2. 조항별로 보면
  3. 공익신고 범위 밖이라면 민법 제103조
  4. 회사가 신고를 막으려 할 때
  5. 합의금과 입막음의 경계
  6. 서명 전·퇴사 전 체크리스트
  7. 공익신고와 실업급여
  8. 이미 서명했다면
  9. 자주 묻는 질문

01공익신고를 금지·제한하는 계약 규정은 무효입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4조 제6항은 이렇게 정합니다. “단체협약, 고용계약 또는 공급계약 등에 공익신고등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을 둔 경우 그 규정은 무효로 한다.”

여기서 ‘공익신고등’은 신고만이 아닙니다. 공익신고에 대한 조사·수사·소송, 보호조치 관련 조사·소송에서 진술·증언하거나 자료를 제공하는 것까지 포함합니다(제2조 제3호). 그래서 ‘수사기관에 진술하지 않는다’는 문구도 공익침해행위에 관한 것이라면 이 조항의 적용을 받습니다.

퇴직합의서도 포함되나

조문은 ‘단체협약, 고용계약 또는 공급계약 등’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퇴직합의서는 고용관계를 정리하는 계약이므로 ‘등’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문언에 맞는 해석입니다. 다만 퇴직합의서의 신고 제한 조항을 직접 다룬 대법원 판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또 이 조항은 공익신고자 보호법 별표에 열거된 법률 위반(공익침해행위)에 관한 신고를 전제로 하므로, 사안이 그 범위에 드는지부터 확인합니다.

02조항별로 보면

조항공익신고에 대한 효력여전히 지켜야 할 수 있는 부분
비밀유지신고 내용에 직무상 비밀이 있어도 다른 법령·단체협약·취업규칙에 따른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봅니다(제14조 제4항). 신고를 막는 범위에서는 무효입니다(제14조 제6항).언론·SNS·커뮤니티 공개, 경쟁사 제공, 신고와 무관한 영업정보 유출
비방금지신고기관에 사실을 알리는 것은 공익신고등이므로 이 조항으로 제한할 수 없다고 봅니다.온라인 게시, 업계 지인에게 퍼뜨리는 말. 명예훼손 문제도 따로 생길 수 있습니다.
부제소(소송을 내지 않기로 하는 약정)공익신고는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아닙니다. 포상금·보상금도 국가기관에 신청하는 것이어서, 회사와의 합의로 처분하는 권리로 보기 어렵습니다.임금·퇴직금·해고 다툼 같은 회사에 대한 사적 청구는 합의 범위에 묶일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 진술·협조 금지공익침해행위에 관한 진술·자료 제공이면 제14조 제6항으로 무효입니다.그 밖의 사안은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 법률행위) 일반론으로 따지게 됩니다(아래).
신고 시 합의금 반환·위약금신고를 이유로 돈을 돌려받거나 위약금을 물리는 것은 신고를 제한하는 규정에 해당할 여지가 큽니다. 피신고자는 공익신고등으로 손해를 입어도 원칙적으로 신고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제14조 제5항).신고 내용이 거짓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금품·특혜를 요구하거나 그 밖에 부정한 목적으로 신고한 경우는 손해배상 예외입니다.

합의서 조항 전반의 효력과 협상 순서는 권고사직 합의서 서명 전 10개 조항에서 따로 설명했습니다.

03공익신고 범위 밖이라면 민법 제103조

공익신고 대상이 아닌 사안이라면, 신고를 막는 합의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인지를 민법 제103조로 따집니다.

민법 제103조로 판단하는 기준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직접 적용되지 않는 사안에서는 민법 제103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는 무효)가 기준이 됩니다. 대법원은 내용 자체는 문제가 없어도 법률행위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이나 금전적 대가가 결부된 경우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대법원 1994. 3. 11. 선고 93다40522 판결). 수사기관에서 허위 진술을 해 주는 대가로 한 약정을 무효로 본 판례도 있습니다(대법원 2001. 4. 24. 선고 2000다71999 판결).

다만 ‘수사기관에 진술하지 않는다’는 조항 자체의 효력을 정면으로 판단한 대법원 판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조항의 문구, 대가의 크기, 감추려는 사실이 무엇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04회사가 신고를 막으려 할 때

행위근거효과
공익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거나 취소를 강요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5조 제2항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제30조 제3항 제2호)
신고자를 알아내려 하거나 방해·취소 강요를 한 뒤 불이익조치같은 법 제23조 제1호그 불이익조치는 공익신고등을 이유로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신고를 이유로 한 해고 등 불이익조치같은 법 제15조 제1항, 제17조권익위에 보호조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불이익조치가 있었던 날(계속된 경우 종료일)부터 1년 이내입니다.

합의서 협상 중에 ‘신고하지 않겠다는 문구를 넣자’는 말이 나오면 날짜·발언자·내용을 그날 적어 두세요. 그 기록은 나중에 방해나 불이익조치를 다툴 때 쓰입니다.

05합의금과 입막음의 경계

상황평가
미지급 임금·퇴직금, 부당해고 다툼 같은 실제 청구권을 정리하며 돈을 받고 비밀유지에 합의사적 권리에 관한 합의로 가능합니다. 그러나 합의서에 공익신고·수사기관 진술 금지 문구를 넣는 것은 위에서 본 대로 효력이 없습니다.
근로자가 먼저 ‘돈을 주면 신고하지 않겠다’고 요구공익신고와 관련해 금품이나 근로관계상 특혜를 요구하면 그 신고는 공익신고로 보지 않습니다(제2조 제2호 나목). 보호와 보상을 잃을 수 있고, 공갈죄 문제도 생길 수 있습니다.
회사가 먼저 ‘신고하지 않으면 위로금을 올려 주겠다’고 제안받아들이면 신고를 제한하는 합의가 되어 효력이 다퉈질 수 있고, 회사는 이 대화를 거꾸로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거절하고 제안 내용을 기록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청구권이 거의 없는데 ‘퇴직 위로금’ 명목으로 큰돈을 제시돈을 지급한 실제 이유를 따집니다. 청구권 범위를 넘는 금액은 입막음의 대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신고와 돈을 같은 대화에 올리지 마세요

회사와 퇴직 조건을 협상하는 자리에서 ‘알고 있는 게 있다’는 식의 말을 꺼내면, 의도와 달리 금품 요구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퇴직 협상과 신고는 분리합니다.

06서명 전·퇴사 전 체크리스트

  1. 문구를 확인하고 예외를 요청합니다

    비밀유지·비방금지·부제소 조항에 ‘법령에 따른 신고, 수사·조사기관에 대한 진술·자료 제공은 이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예외를 넣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무효인 조항이라도 문구로 정리해 두면 나중 다툼이 줄어듭니다.

  2. 자료는 정당하게 가진 범위만

    퇴사 직전 대량 다운로드나 개인 메일 전송은 별도의 책임 문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반환·삭제 확인서에 서명할 때 실제와 다르게 서명하지 마세요. 기준은 증거 수집 원칙에서 설명합니다.

  3. 신고 시점을 정합니다

    공익신고 후 2년 이내의 불이익조치는 신고를 이유로 한 것으로 추정되고(제23조 제2호), 증거를 모으며 신고를 준비하다 불이익을 받은 뒤 신고한 경우도 보호조치 대상입니다(제17조 제1항). 재직 중 신고와 퇴사 후 신고는 보호·증거·실업급여에서 각각 장단이 있습니다.

  4. 기한을 적어 둡니다

    보호조치 신청은 불이익조치일부터 1년, 공정위 담합 처분은 조사가 개시되지 않았다면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7년이 지나면 할 수 없습니다(공정거래법 제80조 제5항). 퇴직자도 ‘근무하였던 자’로서 내부 공익신고자가 될 수 있습니다(제2조 제7호 가목).

  5. 이직 사유 기재를 확인합니다

    합의서와 이직확인서에 적히는 퇴직 사유는 실업급여 판단에 영향을 줍니다. 아래 결정례를 참고하세요.

07공익신고와 실업급여

고용보험심사위원회 2023재결 제18호(2023. 4. 12.)는 사직 후 회사의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위반을 신고했고, 그 결과 회사가 사업정지 처분을 받은 사건에서 수급자격을 인정했습니다. 근거는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별표 2 제11호(사업주의 사업 내용이 법령에서 금지하는 재화·용역을 제조·판매하게 된 경우)였습니다.

같은 사건에서 처분청(지방고용노동청 지청)은 업무편람상 공익신고를 한 ‘뒤’ 퇴사한 사람만 정당한 이직사유(별표 2 제13호)로 인정한다며 수급자격을 거부했었습니다. 퇴사 후 신고라면 위법 사실이 관계기관 처분 등 객관적 자료로 확인되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자세한 사유별 결정례는 자진퇴사도 실업급여 되는 경우와 권고사직 실업급여 조건과 서류를 참고하세요.

08이미 서명했다면

합의서에 이미 서명했어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비밀유지·부제소·위약금 조항이 신고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고, 회사의 방해나 불이익조치가 있었다면 기록을 정리해 보호조치 신청 기한부터 확인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이미 비밀유지 조항이 있는 합의서에 서명했는데 신고할 수 있나요?

공익신고등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계약 규정은 무효이고, 신고 내용에 직무상 비밀이 있어도 비밀준수 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습니다. 다만 사안이 공익신고 대상 법률 위반에 해당하는지, 신고기관이 아닌 곳에 공개하려는 것은 아닌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신고하면 받은 위로금을 돌려줘야 하나요?

신고를 이유로 위로금을 반환하게 하는 조항은 신고를 제한하는 규정으로 효력이 다퉈질 여지가 큽니다. 위로금의 원인, 합의서의 다른 조항, 신고 내용의 진실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문구를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부제소 합의를 했으면 포상금·보상금도 못 받나요?

포상금·보상금은 공정위·권익위 같은 국가기관에 신청하는 것이고 회사에 청구하는 돈이 아닙니다. 회사와의 부제소 합의가 이 신청을 막는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합의서 문구가 넓게 쓰였다면 구체적으로 검토합니다.

회사가 합의 조건으로 ‘신고하지 않는다’는 확인서를 요구합니다.

누구든지 공익신고를 방해하거나 취소를 강요해서는 안 되고, 위반하면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서명하지 말고 요구한 날짜·사람·내용을 기록해 두세요.

연락

이름 없이 먼저 물어보셔도 됩니다

업종과 지금 단계, 본인과 회사의 관계만 알려 주시면 신고 경로와 기한, 확인할 쟁점을 말씀드립니다. 회사명과 자료는 첫 연락에 쓰지 마세요. 비용은 사건을 검토한 뒤 위임 전에 서면으로 설명드립니다.